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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무덥고 습한 여름이 될 거라고 합니다.

1평 남짓한 창문 없는 쪽방에서 지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그 쪽방조차도 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답답해서 싫다는 이유로 거리의 생활을 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느 분이 제게 묻더군요. 하필이면 왜 노숙인 들을 돕느냐고. 불우한 청소년도 있고 불우한 노인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스스로 거리로 나간 그들을 돕겠다고 하느냐고.

그건 ‘누군 도와야 하고 누군 돕지 말아야 한다‘로 해결 할 문제는 아닌듯합니다.

현재 제가 가장 많이 대면하는 사람이 거리의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사람, 가장 많이 접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2012년 결핵노숙인 복약확인 시범사업(DOT)를 하면서 만난 50대 초반의 H씨는 이후 완치판정을 받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알코올성 치매가 진행되고 있어 1시간 전에 나눈 대화내용도 기억하지 못하는 분이지만 신기하게 제 전화번호는 핸드폰에 저장시키지 않아도 머리에 기억시켜 둔 채 잊지 않고 있다가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느 병원을 갔다가 언제 나왔고 지금은 전화기가 고장이 나서 옆에 환자 꺼 빌려서 전화하는데 언제 전화기 좀 고쳐다 달라는. 등등

누구나 언제나 내편인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릴 땐 부모님이 그러셨고, 자라면서는 친한 친구가 그랬었고 결혼하면 배우자가 그러하듯이 살면서 언제나 내편인 것 같은 사람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내편이 남의 편이 되기도 하고 내편일거라는 혼자만의 착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그 전까지라도 내편이 필요하다고 손 내미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 주겠습니다.

내가 먼저 손 내밀고 잡으라고 할 용기는 없지만 적어도 잡아달라는 손을 내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DOT가 끝나면 그 분들과의 관계도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몆몆분들은 아직도 전화를 하십니다. 지적장애가 심한 40대 중반의 옛 환자분은 아무런 이유 없이 전화를 너무 자주해서 물어볼거나 할 말이 없으면 전화하지 말라고도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한 날은 전화해서 1 다음에 2가 맞는지를 물어봅니다.

전철이나 거리에서 구걸해서 얻은 귀한 돈으로 충전시킨 선불 폰으로 그렇게라도 통화가 아니 대화가 하고 싶은가 봅니다.

그냥 하는 말을 들어주고 가끔씩 화를 내봐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 줄 사람, 말 같지 않은 말에도 대답해 줄 사람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습니다.

주 3일 나가는 희망지원센터 저녁 아웃리치에는 참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요즈음은 새롭게 나타난 신입생(?) 이나 특별히 건강에 이상증상이 있음직 한 분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폭염에 위험해 질 수 있는 분들을 초기에 병원이나 쉼터 등으로 이동시키고 새로이 나타난 분에게는 노숙생활에 물들기 전에 다른 길을 알려주기 위해 많은 실무자 선생님들과 거리 상담원 선생님들은 더욱 애쓰고 계십니다.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노인이나 장애인등 다른 사회복지 사업도 물론 도울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거리에서 숨을 멈추지는 말기를, 적어도 생을 마감할 때 그의 생을 되돌아보며 슬퍼해 줄 사람, 세상에서의 기억을 함께 공유해 줄 사람이 되려 합니다.

삶의 마감을 지켜봐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한참동안은 설득도 하고 달래도 보고 화도 내보고 해서 겨우 알콜병원에 입원하게 된 H씨가 퇴원을 하면 우선 사무실 근처에 방을 마련하여 이웃으로 살려 합니다,

이렇게 이웃들이 하나씩 늘어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겠지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인 곧 내게 한 것이다.”

가장 먼저 마더하우스를 시작할 때 모두가 떠올렸던 말입니다.

나부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기억하며 초심을 지키며 살기를 소망합니다.

                                                                                                           - 김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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